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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Life/책거리: 고전

체스터톤 소설, <목요일이었던 남자> - 음모론의 득세에 관하여

by Feverish 2011. 7. 1.

G. K. 체스터톤 <목요일이었던 남자>

- 음모론의 득세에 관하여

 

 

<목요일이었던 남자>를 다 읽었다. 

 

소설가 체스터톤이 20세기 초반, 동시대를 배경으로 저술한 <목요일이었던 남자>는 세상에 대한 긍정으로 가득 차 있다.

 

 

1. 줄거리

<목요일이었던 남자>는 스릴러 내지는 탐정 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줄거리를 요약하여 말하는 것은, 아직 작품을 접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그래도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무정부주의자들을 적발해 내려는 영국 경찰 특수 요원인 '사임'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무정부주의자들의 중앙 조직에 잠입하고 무정부주의자로 행세한다. 전세계의 무정부주의를 총괄하는 수뇌부에는 각각의 요일 이름으로 불리는 7명의 인물이 있는데, 이들은 정기적으로 둘러 앉아 폭탄테러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에 대해 회의를 한다. '사임'은 사망한 '목요일'을 대신하는 새로운 '목요일'로 선출되고, 이 수뇌부 모임에 참가하게 된다.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7인 회의의 정체와 이 회의의 총재인 '일요일'의 비밀이 하나씩 풀려 나간다.

 

 

2. 형식적 특징

서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체스터톤은 탐정 소설 특유의 긴장감 있는 서사 진행을 보여주는 한 편으로 환상적 비유와 상징들을 펼쳐 놓는다. whodunit소설들 특유의 하위장르적 기법들을 채택한 것이나, 중의적 해석의 여지를 가진 비유와 상징들을 빈번하게 사용한 것은 당대에 주류를 이루었던 사실주의적 움직임(그리고 인간의 이성으로 모든 것을 제단하여 판단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대한 반동이었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에 대한 단순한 문학적 반항이라고 하기에는, 환상적 요소가 너무 빈번하게 사용되는 면이 없지 않으며, 부분적 서술뿐만 아니라 서사 전체가 여러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모호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표현적 및 서사적 모호성으로 인해, 이 소설은 20세기 초반에 두드러졌던 아나키즘과 기존 통치 권위 사이의 갈등을 문학적으로 표현해낸 정치소설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한편으로, 성경에 대한 인용부분과 기독교적 세계관을 서술해낸 부분을 지적하면 영성적, 신학적인 소설로서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무정부주의 7인 회의의 각 구성원이 요일의 이름을 따서 호칭되는 이유에 대해, 서양적 요일 개념의 시초인 성서 <창세기>의 천지창조 대목을 인용하는 것이나, 선과 악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제공하는 텍스트인 성서 <욥기서>를 전용하여 소설 말미 '그레고리'의 등장을 묘사하는 것은 이 소설이 다분히 종교적으로 읽힐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저자인 체스터톤은 소설 출간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요일'을 신으로 치환하여 해석하거나 이 소설 전체를 종교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을 지양할 것을 종용한다.)


정치적 해석이 용이한 부분과 종교적 해석이 용이한 부분을 감히 나눠보자면, 제 1장부터 제 7장까지는 정치적 맥락이 강하게 드러나 있고 제 12장 이후(서사의 말미)는 종교적 맥락이 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저자 체스터톤은 환타지적 요소를 많이 차용하였다.

 

3. 종교적 정치적 해석의 자의성

이와 같은 종교적 내지는 정치적 해석은 다분히 자의적이고 부분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누가 뭐래도 소설에 전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두드러진 메시지는 '사실 무정부주의 최고 회의는 실존하지 않는다'이다. 최고회의에서 총재를 제외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6인은 모두 무정부주의자가 아니라 경찰 소속의 요원들이었고, 알고보니 어떠한 장치로 인해 이 회의에서 서로를 무정부주의자라고 의심하고 감시하게 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무정부주의자들의 소뇌인 총재 '일요일' 역시 소설의 말미에서 그 정체가 밝혀지며, 사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6인을 특수 요원으로 채용한 인물과 무정부주의 총재 '일요일'이 동일인물이었음이 드러난다. 결국 요원들(질서의 옹호자들)이 두려워 마지 못해 파괴하고자 했던 무정부주의는 사실 그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4. 실체가 없는 음모론과 음모론적 살인

따라서 이 소설은, 세간에 난무하는 온갖 음모론, 심지어는 음모론에 근거한 정치적 행동에 대한 문학적인 응답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음모론에 근거한 사법 살인의 대표적 예시인 진보당 사건

 


군함의 침몰과 컴퓨터 해킹 공격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음모론을 펼침으로서 이익을 얻는 쪽과 그들의 목적 그리고 실체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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