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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Life/책거리: 고전

너새니얼 호손 <주홍글자> - 누가 감히 심판하는가

by Feverish 2011. 11. 6.





 

 

너새니얼 호손 <주홍글자>
- 누가 감히 심판하는가?

 

 

 

 

 

 

너새니얼 호손의 명작 <주홍글자>를 읽었다. 



주홍글자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너새니얼 호손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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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이 작품은 분명 다르게 읽혔을 것이다. 이 작품은 기독교의 교리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겉치장만을 누군가의 입맛에 맞게 해석할 때, 그리고 기독교 성직자들이 자신의 뜻을 신의 뜻인 양 떠들어댈 때 일어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속박을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이 리뷰는 <주홍글자>를 철저히 기독교 신학의 측면에서 읽은 것이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 호에 몸을 싣고 신대륙에 발을 디딘 청교도 신자들.. 그러나 그들이 그토록 떠나고 싶어했던 당시 영국 성공회와 가톨릭이 하던 일들을 청교도들은 신대륙에서 똑같이 자행하고 만다. 신교를 믿는 사람에게 '악마의 자식'이라는 낙인을 찍었던 당시 가톨릭. 신앙과 국가를 결부시켜 성공회에 대한 신앙과 국왕에 대한 권위를 연결시킨 당시 성공회를 고스란이 배워서, 죄인에게 낙인을 찍고, 신앙에 대한 강요를 통해 지역사회의 지도자 계층을 이룬 성직자들의 권위를 세우려고 한 것이다.

 

 




 

1. "죄인이 죄인에게 주홍 낙인을 찍다"

 

기독교 교리의 핵심에서, 신이 인간에게 강력하게 금지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을 신격화 하는 것' 그리고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 것'이다.

 

인간을 신격화할 수 없는 것은, 신은 오직 야훼(여호와) 한 분 뿐이라는 아브라함 계열 종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모두에 공통된 것이다. 세 종교 모두 신과 인간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차원의 벽이 있다고 가르친다. 특히 기독교 중 일부인 개신교는 이 부분에 극도로 민감해서 1천년 가까이 기독교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성모 마리아 흠숭의 전통까지도 파괴하기에 이른다.

 

기독교 교리에서 신이 인간에게 강력하게 금지하는 두 번째는 바로 "인간은 인간을 심판할 수 없다."는 부분이다. 죄에 대한 심판은 오롯이 신에게 속한 영역이다. 이 교리는 모세 5경의 '이에는 이, 눈에는 눈'보다 앞서는 것이기 때문에, 유대교를 국교로 신봉하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는 생명을 담보로 거르슬 수 없는 심판을 내리는 것, 즉 사형제를 헌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원수 갚는 것은 내(야훼)가 하는 일이니, 내가 갚는다. (성경, 신명기 32:35) -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의 제목 모티브.

거둘 때가 될 때까지 (밀 알곡과 가라지) 둘 다 함께 자라게 내버려 두어라. 거둘 때에, 내(神)가 일꾼에게, 먼저 가라지를 뽑아 단으로 묶어서 불태워 버리고, 밀은 내 곳간에 거두어들이라고 하겠다. (성경, 마태복음서 13:30) - 밀 알곡: 착한 사람 / 가라지: 악한 사람

 




성경적 맥락에서, 죄인인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 것은 자칫 인간이 신의 위치에 서려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청교도는 'Sola Scriptura'(오직 성경) 이라는 표어를 내세울 정도로 성경의 권위를 강조한다. 그런데 그 성경에서 심판하지 말라고 말한다. 성경에서 신이 인간에 대한 인간의 심판을 금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서 다른 사람한테 뭐라고 하기 전에 너 자신부터 살펴보라는 뜻이다. 성경에서 보는 모든 인간은 죄인이다.


 

"의인은 없다. 한 사람도 없다" (성경, 로마서 3:10)

 



자기 스스로 죄가 있는 죄인이 다른 사람이 죄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에게 뭐라고 하는 꼴이다. 주홍글자의 불륜 사건의 공범은 딤스데일 목사와 헤스터 프린이다. 그 중 딤스데일 목사는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모범을 보여야 하는 목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죄를 계속 숨겨왔다는 점에서 헤스터 프린보다 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런 자가 헤스터 프린을 심판대(아마도 성경에서 나오는 십자가의 반영?)에 올린 것은 전형적인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라고 말할 수 있다.

 

 

 




2. 인간의 심판 vs 신의 심판

 

간통 사건이 일어났다. 인지력에 한계가 있는 인간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배가 불러오고 곧 아이를 낳은 헤스터 프린에게 심판한다. 주홍색의 선명한 A를 그녀의 가슴에 박은 것이다.

 

하지만 인지력에 한계가 없는 신은, 펄의 아버지 딤스데일 목사를 심판한다. 딤스데일 목사가 밤중에 심판대 위에 서자 선명한 A를 하늘에 박은 것이다.

 

어느 심판이 더 권위가 있을까 생각해볼 문제다.

 

 




3.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주홍 낙인을 찍어라.

 

예수 그리스도 중 그리스도를 한자로 음역한 것이 기독이고, 따라서 기독교는 그리스도를 닮겠다는 종교다.

 





그렇다면 성직자들은 예수를 닮아야 하는데, 예수 활동 당시에도 불륜 사건이 있었고, 예수 스스로가 그에 대해 판단을 내린 에피소드가 있다는 점은 분명히 살펴볼 만 하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간음을 하다가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워 놓고,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을 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모세는 율법에, 이런 여자들을 돌로 쳐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 그들이 다그쳐 물으니, 예수께서 몸을 일으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리고는 다시 몸을 굽혀서, 땅에 무엇인가를 쓰셨다. 이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이로부터 시작하여, 하나하나 떠나가고, 마침내 예수만 남았다. 그 여자는 그대로 서 있었다. 예수께서 몸을 일으키시고,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사람들은 어디에 있느냐? 너를 정죄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느냐?"

 

 

 





4. 주홍 글자의 현대 버전

 

서로 이단 정죄를 일삼는 개신교... 다 똑같이 예수를 믿는다 말하고 다 똑같이 예배당에는 십자가가 드높은데, 자기만 정통이고 쟤는 이단이고 쟤는 사탄이고 쟤는 구원받지 못한단다. 심지어 자기 신앙의 뿌리인 가톨릭에 대해서도 이단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이단 정죄에 가장 앞장 서있는 개신교 교파는 어디인가? 

 





청교도 신앙을 최초로 주창한 칼뱅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종교 권력을 잡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이단으로 정죄하며 처형하고 또 고문했다. 어쩌면 '청교도'(淸敎徒: 맑은 신앙의 무리) 는 그 이름 자체에서부터 성경이 말하는 '죄인인 인간'을 부정하고 '우리만 맑다'(淸)는 배타주의를 내재한 것이 아닐까?








 

지난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총회를 통해 '여성은 목사가 될 수 없다'라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이정도면 여성 전체에 대해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은 칼뱅의 개혁주의 교리 노선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철저하게 지킨다고 천명하고 있다

.

 

 

5. 너와 나의 가슴엔 같은 죄를 심어 두었네. 그 누가 우릴 용서하고 심판할텐가

 

'네스티요나'가 부른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노래를 소개하며 마친다.




 

 

 



개신교회 전체를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님을 밝힙니다.


주홍글자에 예시적으로 나타나 있으며, 본 리뷰에서 비판에 대상이 되었던 칼뱅의 개혁주의 신학을 문자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청교도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극히 드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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