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 세습을 둘러싼 교계 논쟁에 대한 총 정리
개신교의 담임목사직 세습과 관련하여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감리교에서 세습 금지를 법안으로 만들었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세습이 왜 잘못됐냐는 신문 광고를 실었다. 김홍도 목사를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본 포스팅에서는 김홍도 목사의 망발이 어떠한 논리적 구조를 가지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반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총정리하고자 한다.
1. 성직의 부자 세습은 인간 본능의 발현?
최근 개신교 교계에서 담임목사직 세습과 관하여 상당히 시끄러운 모양이다. 교단 차원에서 담임 목사 직을 아버지가 아들에게 승계하면 안 된다는 결의를 하는가 하면 그것을 교단 헌법에 집어넣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11세기 초까지 가톨릭 사제는 결혼할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 결혼한 사제들이 혼인 관계에서 낳은 자기 자식에게 교회 재산 및 직계를 계승하고자 했다. 또한 성직매매도 성행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1049년 당시 교황이었던 레오 9세는 성직매매와 사제의 결혼을 금지하기로 결정하고, 다음 교황 니콜라스 2세는 기혼 사제가 주도하는 미사에 일반 신도들이 참여하지 못하게 못박았다.
레오 9세는 동방 교회의 교황을 파면한 교황으로 유명하다.
2. 감리교의 결정과 금란교회의 반기
감리교는 옛 가톨릭이 그랬듯, 교단 차원에서 성직자의 결혼 문제와 그로 인한 성직의 부자 세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물론 성직자의 결혼을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개신교 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승계하지 못하는 선이다.
이번 개정안은 감리교가 교회 세습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교단의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권오서 감리교 장정개정위원장은 “자녀가 물려받아도 목회를 잘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서 이를 받아들이고 포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매일신문 2012년 9월 3일 자)
그러나 감리교단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감리교에 속한 대형교회인 금란교회의 김홍도 목사는 반기를 들었다. 김홍도 목사의 금란교회는 현재 부자 간 담임목사 직 세습이 진행 중인 대표적인 교회다.
하기야 개별 교회가 교단의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뭐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개신교의 교단들이 항상 옳은 결정을 해왔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1930년대 일제가 신사참배를 강요했을 때, 당시 장로교, 감리교 등 대표적인 교단들이 신사참배에 앞장서는 결정을 했고, 일제와 유착한 경우도 많았다. 광복 후에도 교단과 독재정권 사이의 유착을 부정하기가 힘들다.
어쨌든, 김홍도 목사는 다음과 같이 광고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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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김홍도 목사는 조선일보에 대문짝만하게 반박 광고를 냈는데 (사실 나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속담이 생각났다. 꼴통 신문과 꼴통 목사가 끼리끼리 잘하는 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 광고의 논지는 다음과 같다.
- 시기심은 인간의 본능으로, 시기심으로 인해 교인 간에 불화가 일어나서 서로 분열하거나, 부흥을 저해할 수 있다.
- 담임목사직 세습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합법한 절차를 거쳐서 아들을 추대하고, 그 아들이 흠없고 일 잘할 것이라고 생각될 경우 교인들이 인정하여 목사가 되는 것이다. "자질 없는 아들을 억지로 후임목사로 시키는 아버지도 없으며, 그것을 받아줄 교인들이 어디 있는가."
- 게다가 목사도 인간인지라 시기심이 있다. 자신의 뒤를 이어 온 사람이, 자기랑 아무관련 없는 사람인데 너무 잘하면 시기심이 일어 교회 부흥을 저해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데, 자기 후계자가 사위나 아들이면 잘할 때 박수쳐줄 수 있다.
하기야, 바티칸을 정점으로 하는 교단의 힘이 쎈 가톨릭에서도 부자승계와 그로 인한 부패가 발생했는데, 하물며 개교회주의가 강한 한국교회에서야 3번은 당연하다 싶다.
김홍도 목사의 이른바 "시기심론"은 첫 눈에 봐도 터무니 없다. 높은뜻연합선교회 김동호 목사님의 말씀처럼 "영적 치매 수준의 발언"에 가깝다. 그러나 김홍도 목사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면, "시기심론"은 당연한 귀결이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 보자
- 목회자의 최대 목적은 복음 전파다. 예수도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사도행전 1장 8절)고 말씀하지 않았나?
- 여기서 말하는 복음 전파는 바로 교회의 확장과 부흥이다. <- 인간적인 해석
- 나(김홍도 목사)는 일평생을 바쳐서 예수님이 주신 마지막 임무인 복음 전파(즉, 교회의 확장 및 부흥)에 전념했다. 이렇게 교회가 커진 것은 나의 공로다.
- 근데 내가 물러나고, 나랑 관계 없는 다른 사람이 목사직에 앉으면 배가 아프다.(그 이유는 광고에서 밝힘)
간단히 말하면 이거다. 내가 평생 일궈낸 업적을 어찌 감히 모르는 사람에게 넘겨주리?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첫째, 예수님이 말씀하신 "땅끝까지 증인이 되라"는 말씀이 곧 "무슨 수를 쓰더라도 교회를 확장시켜라"인가? 예수님은 스스로 교회를 세우시지 않으셨다. 다만 안식일에 유대교 회당(시나고그)에 가셔서 하늘 말씀을 증거하시고 병자를 치료하였을 뿐이다.
둘째, 교회 확장과 부흥이 개인의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교회를 진정 '하나님의 집'으로 생각하고, 교회의 확장과 부흥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여긴다면, 자신의 시기심을 내려놓고 자기보다 더 나은 이에게 교회를 물려주지 못할 것은 또 무언가?
하나님이 성직자에게 맡기신 사역(使役)을 사사롭고 개인적인 사역(私役)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런 잘못된 인식이 가져오는 결과가 무섭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지 않을까? (관련 포스팅 : http://blizen.tistory.com/32 )
4. 김홍도 목사의 광고에 대한 반박 - 김동호 목사
높은뜻연합선교회 김동호 목사는 9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홍도 목사의 광고에 대해 비판하는 포스팅을 했다.
이어서 목사님은 9월 11일에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하였다. 대부분 위의 페이스북 포스팅과 비슷한 발언을 하셨지만 추가적으로, "당회, 청빙위원회, 재직회, 공동의회 등등의 절차가 있지만, 거의 이제 유명무실화되어 있다"라고 하신 말씀도 있었다. 아래의 "CBS 발언 보기"를 클릭하자.
출처: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253882
▷김동호> 뭐 그 말이 그 말이지만 치매라는 말은 안 쓰고 치매 수준의 발언이다, 그랬지요. (웃음) 어른한테 죄송하지만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논리라면 북한의 세습도 비판할 수 없어요. 또 재벌이 자기 자녀에게 세습하는 일도 누가 뭐라고 그럴 수가 없어요. 왜? 그들은 그 프로세스를 잘 이용할 줄 아니까.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요. 다 그러니까 세습하는 분들이 북한에서도 그럴 것이고. 인민들이 다 찬성하니까. 또 재벌도 그렇게 이야기할 거고.
▶정관용> 충분히 자격심사했으니까?
▷김동호> 아, 그럼요.
▶정관용> 자격을 갖추었으니까?
▷김동호> 예, 그러니까 그 말 가지고 그렇게 변론한다는 건 별로 그래 보입니다.
▶정관용> 지금 그 말씀 속에는 당회, 청빙위원회, 재직회, 공동의회 등등의 절차가 있지만, 거의 이제 유명무실화되어 있다, 라고 말씀하시는 거지요?
▷김동호> 다는 아닌데 그렇게 된 교회들이 있지요.
▶정관용> 그렇지요? 그러니까 아버지 목사가 전권을 휘두르면서 이런 절차의 내용적, 또 심사 기준, 이런 것들이 없어져 버리는 건가요?
▷김동호> 이제 틀은 있는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요. 그게 그렇게 세습이 이루어지려면 그만한 힘 없이 그게 되겠습니까?
금란교회 측은 김동호 목사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9월 14일 소위 "내용증명"을 보냈다. 공개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의미이다. 김동호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판에 "내용증명이라는 게 왔다. 평생 처음 봤다"는 글을 9월 15일 올렸다. 김 목사는 "(내용증명은) 공개 사과하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경고장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2010 )
출처: http://www.christiantoday.co.kr/view.htm?id=258074
이에 비해 이정환 목사는 기본적으로 세습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김동호 목사의 어조와 일부 논지를 반박했다.
우선, 김홍도 목사를 치매환자로 매도한 것은 심했다는 말이다. "김동호 목사는 김홍도를 치매 환자라고 단정하고 그의 주장을 비난했다. “치매 환자를 이해한다”고 하였지만 김동호 목사의 글은 자기주장대로라면 치매환자를 난도질한 것이다. 환자인 줄 알면서 환자에게 언어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또한, 김동호 목사는 김홍도 목사를 비난함과 동시에, 김홍도 목사 한 사람을 비난한 게 아니라, 금란교회 세습에 동의한 수 만 명의 성도들까지 비난한 것이라고도 했다.
"교인들의 절대 다수가 반대한다면 세습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최근 주안교회를 통해서 보았다. 물론 그동안 교회 세습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학습효과가 그 같은 결과를 가져온 측면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결과는 다수의 교인들이 결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세습을 반대하는 것이든 찬성하는 것이든, 교회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형식적 절차라고 비판을 받지만 주님의 몸인 교회가 결정한 것을 ‘치매 걸린’ 정신없는 행위로 매도하는 것은 결코 목사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출처: http://www.christiantoday.co.kr/view.htm?id=257994
5. 마무리
교회 부흥은 사람의 일인가? 거기에 '예'라고 대답하는 기독교인이 있다면 나와는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이라면 사람의 일을, 인지상정에 따라, 자기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하나도 잘못된 것이 없다.
그러나 교회의 부흥과 복음의 선포에서 주님의 주권을 강조한다면, 교회 세습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아무튼, 교회 세습의 문제는 현재 기독교 교계에서 뜨거운 감자다. 대형 교회들 가운데에는, 아들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물려주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제자를 미리 점지한 후 목사직을 승계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외부에서 훌륭한 사람을 청빙하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으로, 담임목사의 철학과 목회관에 따라 제자를 키워내고 그 제자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떤 방법이 되든 교인들의 지지와 승인을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사랑의 교회, 소망교회 등이 제자 양육을 통한 교회 승계에 성공했고, 지금까지 무난히 교회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랑의 교회의 전 후임 교역자. 옥한흠(좌) 목사와 오정현(우) 목사
온누리교회의 경우 하용조 목사 소천(사망) 후, 교회 내 교역자 중 교인들의 결정을 통해 이재훈 목사를 후임으로 선정한 경우다.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없고, 목사 사망 이후에도 교회는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교회는 어떻게든 승계되어야 한다. 그 방법이 성경적으로도 세상적으로도 흠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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