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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Life/책거리: 고전

조지 오웰 <1984> - 우리는 빅 브라더를 보고 있다.

by Feverish 2011. 12. 27.





조지 오웰 <1984>
- NO! We are watching you BIG BROTHER!










조지 오웰의 역작 <1984>를 읽었다.


1984
국내도서>소설
저자 : 조지 오웰(George Orwell) / 이기한역
출판 :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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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빅 브라더의 오세아니아, 통제의 기제




1948년 집필되어 49년 출간된 이 책에서 1984년은 LA올림픽이 열린 해인 1984년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오지 않을 먼 미래 내지는 1948년에서 뒷 두자리 수의 자리를 맞바꾸어 현실과 180도 다른 세상을 상징한다고 해석된다. 특히 소설 내의 '진리부'에서 각종 역사적 사료를 위조하고 이전 사료를 폐기처분한다는 점에서, 달력 역시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소설 속의 실제 시간은 1984년이 아닌 예를 들어 2084년일 수도 있다.

언제인지 모를 시간적 배경 속에 소설 속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그리고 동아시아라는 세 개의 전체주의 국가로 갈라져 있고, 각 국가들은 서로 끊임없이 전쟁을 하며, 그 국가들은 모두 똑같이 무산계급(프롤)들을 학대하고 이들을 호도하는 비극을 자행한다. 특히 서술 상 공간적 배경인 오세아니아에서는 '빅브라더'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영사(영국사회주의자당)의 내부당원, 외부당원 그리고 80%가량의 프롤들이 철저한 계급제 사회를 이루고 있다. 영사는 '진리부'와 '텔레스크린'을 통해 오세아니아 인민 전체의 사상과 행동을 전적으로 지배한다.

'진리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통제함으로서 국가 인민들의 일탈적 행동을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체제에 대한 반항과 일탈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정보의 생산과 교류가 필요하다. "현실 정권이 전부가 아니고 대안이 존재할 수 있다." 라든가 "쫄 필요 없다." 식의 정보를 누군가 생산하고, 다른 사람에 의해 그 정보가 전파될 때, 체제 이탈 운동이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현실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체제 이탈(탈북)은 대체로 외부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은 당 고위층이나 무역에 종사하는 자들에 한정된다. 대부분의 북한 인민들은 (안타깝게도)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정권을 '일종의 날씨'라든가 '자연현상' 정도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한다. 체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무언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품으려면 무엇보다 정보가 필요하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에서 문화방송의 PD수첩이 (그것이 옳은 내용이건 의도적 왜곡이건) 어떠한 모멘텀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 방송인 '나는 꼼수다'가 여론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현실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도 '진리부'의 존재 목적과 일맥상통하다. '진리부'의 목적은 '逆나꼼수' (혹자는 80년대 땡전뉴스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땡전뉴스가 100년동안 지속될 수 있었다면 우리나라도 전체주의 국가가 되었을 것이다.)를 통해 인민들이 체제에 대안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편, '텔레스크린'은 인민들의 행동을 직접 감시하는 정권의 눈이다. 내부당원과 외부당원의 집에는 모두 텔레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정권은 무작위로 이 텔레스크린을 감시함으로서 당원이 헛짓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조지 오웰은 텔레스크린이라는 흥미로운 장치를 도입함으로서 판옵티콘 내지는 무제한적 감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뿐이다. 오웰 스스로 알고 있었듯이 텔레스크린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기술이고 독자들 중에서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텔레스크린을 통한 무제한적 감시에 대해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여도 '두렵고 무섭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는 힘들다. 인민 행동에 대한 무제한적 감시와 관련하여서, 충분히 실현되었고 텔레스크린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부모를 사상범으로 신고하는 자식들'이다. 북한에서 실제로 이런 사례가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를 사상범으로 신고하는 자식들이 세운 국가는 결코 사상적으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2. 조지 오웰은 소련의 전체주의를 비판하지 않았다!


조지 오웰의 서술을 근거로 구성한 소설 <1984>의 세계



1950년대 냉전 구도


지도를 잘 살펴보면 알겠지만, 1984에서 오웰이 상정한 3개 제국의 대립도는 냉전 시대에 나타난 대립 양상으로부터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소설 1984의 세계에서 오세아니아는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내지는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유라시아는 소비에트 연방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진영, 마지막으로 (아마도 일본 내지 중국을 중심지로 상정한) 동양 제국주의 진영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소설에서 세 제국은 하나같이 전체주의적 양상을 띄고 있다고 서술되어 있다. 전체주의적 모습은 자본주의 세계를 상징하는 오세아니아에도 예외가 없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제국에 대해서는 '오세아니아와 비슷할 것'이다 정도의 서술만 이루어졌을 뿐, 다른 제국에서 전체주의 국가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지의 모습은 자세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오웰은 소설 1984를 통해 오세아니아(즉, 자본주의 세계)의 전체주의적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공산주의의 전체주의적인 측면을 비판하기 위해 서술되었다고 단정짓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영사의 정점에 있는 빅 브라더에 주목하자. 빅 브라더라는 존재는 일종의 '바지사장'으로 보아도 될 정도로 실체가 모호하고, 실질적인 존재감이 희미하다. 그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주장의 신뢰도는 오히려 소설 후반부로 갈수록 희미해진다. 스미스는 소설 후반부에서 오브라이언에게 빅 브라더가 실제로 존재하는 지 물어본다. 이에 오브라이언은 '빅브라더는 당의 화신(the embodiment of the Party)이자 당이 존재하는 한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말한다. 빅 브라더가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빅 브라더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정희 시대의 성공신화라 곧 빅 브라더라고 할 수 있다. 단언컨대, 한국판 영사가 우리나라에서 정권을 잡는 순간 한국판 진리부에서 박정희의 죽음과 관련된 문서들을 모두 소각하고 인민들을 세뇌시킨 다음 박정희를 다시 '살아있는 대통령'으로 부활시킬 것이다.) 문제는 빅 브라더의 기치를 들고 있는 자본주의 제 국가판 영사에게 텔레스크린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 뿐이다.









3. NO! You are wrong. WE ARE WATCHING YOU, BIG BROTHER!


소설 1984의 세계에서 어디선가 볼 수 있는 문구

BIG BROTHER IS WATCHING YOU!




그 밑에 다음과 같은 낙서를 해본다.



NO! WE ARE WATCHING YOU, BIG BROTHER!






권력에 대한 무제한적 감시, 그리고 딴지는 곧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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