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사순절과 고난주간
사순기간: 2월 14일 - 3월 29일
고난주간: 3월 25일 - 3월 30일
0. 요약
사순절과 고난주간은 매년 날짜가 바뀝니다. 사순절과 고난주간은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절기 중 하나인 부활절을 준비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부활절 날짜에 따라 사순절도 바뀝니다.
2024년의 부활절은 3월 31일 입니다. 따라서 사순절과 고난주간도 이 날짜를 기준으로 역산합니다.
3월 31일을 기준으로 거꾸로 평일 40일을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사순기간은 2월 14일부터 3월 29일이 됩니다. 그리고 사순기간의 마지막 한 주간은 고난주간이라고 하는데 올해는 3월 25일부터 3월 30일입니다.
마지막으로 고난주간을 시작하는 주일인 3월 24일은 종려주일 혹은 성지주일이라고 부릅니다.
1. 재의 수요일 - 사순절의 시작
사순절은 수요일부터 시작하는데, 이렇게 사순절을 여는 수요일을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라고 합니다. 보편교회(성공회, 가톨릭 등 보편적 기독교의 전통을 따르는 교회)에서는 재의 수요일에 죄를 참회하는 전례를 합니다. 이는 부활절을 앞둔 사순절 전체가 참회의 기간인 것을 생각해보면, 마치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기독교 시기에는 신자들이 구약의 전통에 따라 나무를 태운 재를 덮어쓰는 행위를 통해 참회의 뜻을 다졌는데, 재의 수요일은 이 전통을 잇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재를 덮어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신 이마에 성유에 절인 재를 묻혀주는 형식을 취합니다.
한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지만, 기독교 전통이 깊은 유럽과 북미 등의 사회에서는 재의 수요일에 묻힌 재를 닦지 않고 하루종일 재를 묻힌 채 일상생활을 하는 기독교 신자들이 많습니다. 이때 이마에 묻은 재가 바로 재의 수요일 전례에서 사제가 묻혀준 재입니다.
통상적으로 가톨릭과 성공회에서는 전년도 종려주일에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종려나무를 되돌려 받아 그걸 태운 재를 사용합니다.
2. 사순절은 40일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순절은 한자로 쓰면 四旬節 이라고 씁니다. '사순'은 네 번(四)의 열흘(旬) 이라는 의미이므로 40일을 뜻합니다.
그러나 사순절 기간인 2월 14일부터 3월 29일까지 날짜를 세보면 40일이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순절의 40일을 계산할 때 주일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순절은 참회와 반성을 위한 시간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주일만은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축제의 날이기 때문에 사순절에 포함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제로 사순절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렇게 6일씩 6주 간 하여 36일, 그리고 첫 주의 경우 재의 수요일부터 수, 목, 금, 토 이렇게 4일을 합하여 40일이 됩니다.
3. 종려주일 (성지주일)과 고난주간
종려주일(성지주일)은 고난주간에 앞서서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한 사건(마태복음서 21:1-11, 마가복음서 11:1-11, 누가복음서 19:28-38, 요한복음서 12:12-19)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성경 중 마가복음 11장 8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오실 때 민중들이 환호하며 오시는 길에 종려나무를 깔았다고 했습니다.
제자들이 그 새끼 나귀를 예수께로 끌고 와서, 자기들의 겉옷을 그 등에 걸쳐놓으니, 예수께서 그 위에 올라 타셨다.
많은 사람이 자기들의 겉옷을 길에서 폈으며, 다른 사람들은 들에서 잎 많은 생나무 가지들을 꺾어다가 길에다 깔았다.
그리고 앞에 서서 가는 사람들과 뒤따르는 사람들이 외쳤다.
"호산나!" "복되시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복되다! 다가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여!"
(마가복음서 11장 8절, 새번역)
오늘날에도 영화제 등에서 주요인물이 오는 길에 레드카펫을 깔아 미리 예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려나무 잎을 깔았다고 하여 종려주일이라고 부르는데 영어로는 Palm Sunday라고 합니다. Palm은 야자나무라는 뜻입니다. 종려주일은 2024년에는 3월 24일입니다.
보편교회에서는 아래와 같은 종려나무 십자가, 혹은 종려나무 잎을 신자들에게 나누어주고 높이 드는 전례도 합니다. 그리고 대체로 이 종려나무는 집으로 가져가 잘 보이는 곳에 놓습니다. 1년 간 잘 보관했다가 이듬해 재의 수요일을 앞두고 교회로 반납합니다. 교회는 이때 받은 종려나무를 태워서 재를 만듭니다.
로마가톨릭 신자들의 경우 집에 십자고상을 모시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경우 종려나무를 십자고상 위에 둡니다. 십자고상 위에 종려나무를 두는 것이 가톨릭 전례의 일부인지 궁금하였는데, 가톨릭전례학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례는 아니고 '신앙에 유익이 되는 관습'이라고 합니다.
일부 교단에서는 너무 창의적이라서 종려주일을 '고난주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이게 그닥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수난을 앞당겨 기념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입니다.
종려주일을 '고난주일'이라고 부르는 순간,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모습이 사라지고 "예루살렘 입성 같은 건 모르겠고, 어서 고난을 받으시라"는 꼴이 됩니다. 아주 좋지 않습니다.
기독교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재림의 약속을 기억하고 고백하는 수호의 공동체이지, 창의적인 공동체가 아닙니다. 또한, 사탄이 기독교를 망가뜨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독교 비슷한 것(사이비)이 되어 핵심적인 것 하나를 살짝 비틀어 안에서부터 썩게 만드는 것이겠습니다. '고난주일'이라는 이름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4. 고난주간
고난주간인 3월 25일부터 3월 30일까지는 사순절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합니다. 이때 교회에서 대개 매일 주요 전례가 진행되고, 특히 목-금-토는 성삼일이라고 하여 금식과 절제가 요구됩니다.
성삼일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목요일(고난주간의 목요일)은 예수가 성만찬을 제정한 날로서, "최후의 만찬일"이라고도 합니다.
금요일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날로 "성금요일"이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Good Friday라고 불리며, 일부 기독교 국가에서는 이 날이 휴일입니다. 많은 신자들은 이날 금식하고, 적어도 금육(고기를 먹지 않음)합니다.
고난주간의 토요일은 사도전승에 따라 예수가 죽음의 세계로 내려가신 날로 여겨집니다. 비록 감리회에서는 이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지만, 사도신경에도 "죽음의 세계에 내려가시어"(성공회), "저승에 가시어"(가톨릭), "지옥에 내려가신"(개신교) 등의 고백이 들어있습니다. 즉, 예수께서는 죽음의 심연으로 들어가시고 그 안에서부터 죽음을 내파(implode)시키신 것입니다. 그리고 성토요일은 이 신앙적 고백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 부활절입니다.
5. 사순절과 고난주간이 없이는 부활도 없습니다.
꽃은 예쁩니다. 그러나 꽃이 피기 위해서는 우선 씨앗이 땅에 묻히고 썩어져야 합니다.
음식에 짠맛을 내기 위해서, 그 짠맛의 원천인 소금은 음식 속으로 흔적도 없이 녹아 없어져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부활의 영광이 있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썩어지고 깨어지고 없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바로 사순절 고난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를 친히 보여주셨습니다.
모두들 뜻 깊은 사순기간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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