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는 자연스러운 영어로 backseat gaming
- 혹은 backseat driving
네이버 영어사전, 인터넷 포스팅 등에서 (나쁜의미에서의) 훈수를 영어로 kibitz라고 하지만, 잘 쓰이지 않고 엄밀하게 그 의미도 아니다.
1. Backseat gaming / backseat driving
장기 혹은 바둑을 두고 있거나, 컴퓨터게임을 하고 있는데, 괜히 나타나서 참견하면서 한 마디 보태는 것을 한국말로 "훈수 둔다"라고 한다. 물론 '고스트 바둑왕'처럼 진짜 고수가, 게임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점에서 싫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의미의 '훈수' 즉, 이길 수 없는 게임을 이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giving a hint 라고 한다. 이때의 훈수는 그냥 a hint이다.
- I couldn't have won this game without the hints from AlphaGo.
알파고가 훈수 두지 않았으면 나는 이 게임 못 이겼을 것이야. - Don't just drop hints; come here and play it yourself.
훈수만 두지 말고 네가 직접 해.
하지만 부정적 의미의 훈수도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참견이나 방해에 가까운 훈수도 있다. 이러한 훈수는 영어로 backseat gaming 혹은 backseat driving이라고 한다. 직관적이다. 정작 자신은 뒤에 앉아있으면서 (backseat), 즉 운전대를 잡지도 않으면서,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이다.
- No backseat gaming!
훈수 금지! (인터넷 방송에서 규칙으로 걸어놓기에 좋은 표현) - Shut up you backseat gamers!
훈수 둘 거면 좀 닥쳐!
이렇게 훈수만 두는 사람들 두고 a backseat driver라고 한다. 이 항목에 대해서는 위키피디아 항목도 있다.
A backseat driver is a passenger in a vehicle who is not controlling the vehicle but who excessively comments on the driver's actions and decisions in an attempt to control the vehicle. A backseat driver may be uncomfortable with the skills of the driver, feel out of control since they are not driving the vehicle, or want to tutor the driver while they are at the wheel. Many comment on the speed of the vehicle, or give alternative directions.
Backseat driver는 차량을 조종하지 않는 승객이면서도 차량을 통제하고자 운전자의 행동이나 결정에 대하여 과도하게 첨언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Backseat driver는 운전자의 실력에 불만이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이 차량을 운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통제감을 상실한 기분을 느껴서 그런 걸수도 있으며, 운전자한테 운전을 가르쳐주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Backseat driver는 차량의 속도에 대해서나 주행경로에 대해 한 마디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원래 backseat driver 는 운전할 때 옆에서 참견하는 사람을 말하는 데에서 시작되었고, 보드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으로 확장되어 사용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backseat gamer라는 표현이 새로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최근의 인터넷 방송에서는 backseat만으로도 스트리머의 행동이나 결정에 대해 과도하게 참견한다는 의미로도 쓰이는 것 같다.
이러한 용례에서 확장되어 backseat에 -er을 붙인 "backseater"라고 하면 "훈수꾼/훈수쟁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댓글로 알려주신 파귀극마님께 감사!)
2. kibitz / kibitzing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Oxford 영한사전이나 나무위키를 보면 훈수를 kibitz라고 번역하고 있다.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는 단어임은 맞지만, 엄밀히 말해서 훈수를 두는 상황에서 사용되기보다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광범위하게 "영양가 없는 소리하기" 혹은 "말대답하기" 에 더 적합하지 않은가 싶다. 영양가 없는 수다를 떠는 것도 kibitzing이라고 하고, 듣기싫은 소리를 지껄이는 것도 kibitzing이라고 한다.
Corpus of Contemporary American English로 유명한 Brigham Young University에서 최근 iWeb이라는 인터넷 영어 말뭉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링크) 여기에서 kibitz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일단 kibitzing이라는 형태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 kibitzing이라는 단어가 실제로 어떠한 맥락에서 쓰였는지 몇 개만 살펴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훈수두다"라는 의미( 회색으로 표시된 group A) 보다는 "수다를 떨다"라는 의미 (연두색 group C) 로 더 많이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group A에 해당하는 경우도, 사실 내 개인적인 직관으로는, 한국어 표현으로 옮기자면 "시비걸다"에 가까운 것 같다. "헛소리"라는 의미인 노랑색 group B도 간혹 보인다.
3. 물론!
부정적 의미의 훈수 두기를 영어로 kibitz라고 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훈수를 두는 것이나, 수다를 떠는 것이나, 헛소리를 하는 것이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자신이 실제로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닌데도 뒷자리에 앉아서 이래라 저래라 한다"라는 뉘앙스의 "훈수두다"를 영어로 표현하고 싶다면 backseat gaming, backseat driving이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 아닐까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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