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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Life/책거리: 오늘

정한아 장편소설 <달의 바다> - 여행을 준비하는 행복

by Feverish 2012. 5. 25.

 

 





정한아 장편소설 <달의 바다>
- 여행 자체보다 여행을 준비하는 설렘이 행복이다

 

 

 

 

 

 

 

 

 

"생각처럼 나쁘지는 않은데, 늘 우리의 밑그림을 넘어서니까 당황하고 불신하게 되는 거야.
(...) 고모는 그걸 알기 때문에 세상에 빚진 것이 없어."
"그래서?"
"자유지."

(달의 바다, 145p) 


 

 


 

 

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국내도서>소설
저자 : 정한아
출판 : 문학동네 200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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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패해도 괜찮다. 목표대로 안 되도 괜찮다"

정한아의 장편소설 <달의 바다>를 읽었다.

 

 

<달의 바다>는, 취업준비생 주인공 은미가 고모를 만나기 위해 미국에 다녀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모는 은미가 어릴 적 많은 영향을 주었던 사람인데, 십삼 년째 총 일곱 통의 편지만 할머니에게 보내고 있을 뿐 사실상 소식이 끊겼다. 고모는 편지들에서 자신이 미국 NASA에서 우주비행사로 훈련받고 있다고 했지만, 은미가 실제로 찾아가서 만난 고모는 사실 관광객에게 NASA기념품을 파는 기념품 가게의 직원이었을 따름이었다. 게다가 폐에는 문제가 생긴 지 오래여서 치료할 수 없을 상태였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온 은미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고모는 잘 지내고 있어요.
(...) 고모 없이는 우주센터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예요.
말씀드린 대로 프로젝트 멤버에 들어가서 요즘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 같았어요."
                                                                                            (달의 바다, 150p) 

 

 

소설가 정한아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소설 속의 모든 인물들이 마치 나에게

 

 

'실패해도 괜찮아, 계획한대로, 목표를 세운대로 되지 않더라도 괜찮아,'

 

 

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 Beauty of the life

<달의 바다>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기만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저마다 삶에 배신 당했고,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것이다.

 

 

주인공은 은미는 취업에 실패했고, 민이는 성정체성을 찾는 데 결국 실패한다.(121p)

 

 

은미의 고모는 큰 꿈을 안고 재미교포와 결혼하여 미국으로 향하지만, 결국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과 생이별을 한다. 한마디로 고모의 아메리칸 드림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고모의 친구인 레이첼은 자살에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고모의 아들인 찬이는 자신을 버린 고모에게 불만이 가득하다.(71-72p)

 

 

하지만 이들은 살아간다. 목표했던 것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삶이 자기 마음대로 풀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아간다. 엄청난 계획이 있다거나 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어쩌면 체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대로에 맞춰가고 있다.

 

 

 

 

달의 바다(Lunar Maria)는 달에 존재하는 어두운 현무암질의 넓고 편평한 지대를 말한다.

 

 

 

 

 

<달의 바다>에서 작가는 꿈과 현실을 끊임없이 대립시킨다. (그리고 꿈은 '달'이라는 소재로써 하나로 모아진다.)

 

 

어떻게 보면 인물들은 꿈을 버리고 현실과 타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소설이 끝나는 시점에서 보았을 때 인물들은 저마다 꿈의 불씨를 아직 끄지 않았다. 고모는 어디론가 샌드위치를 계속 보내고, 비록 병에 걸리기는 했지만 아직 죽은 것은 아니다. 은미는 이대갈비에 취업(?)하지만 식구들이 잠든 밤이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깜빡거리는 커서를 바라본다. 끝까지 고모를 싫어하던 찬이는 막판에 가서야 미국으로 대학을 진학할 꿈을 꾸게 된다.

 

 

꿈이 반드시 이루어야 행복한 인생일까? 그렇다면, 그것을 이루지 못한 삶은 불행한 삶일까?

 

 

어쩌면, 여행 그 자체보다 여행에 대해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장을 보고 그러면서 여행을 준비하고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 진정한 여행의 행복인 것처럼,

 

 

우리 인생에서도 꿈을 이루는 것보다 아무도 모르는 내 안 깊은 곳에 꿈을 간직하고 그것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인생의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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