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과 장편소설 <미나>
-그리고, 동물을 죽이며 흥분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동물을 죽이며 흥분하는 청소년들
1. 양주시 10대 애완견 연쇄도살단 사건을 아시나요?
경기도 양주시의 고등학생 7명은, 자기네 동네 회사나 개인집에서 키우고 있던 애완견을 이유없이 납치해 공터에서 둔기로 구타하거나 발로 밟는 등 가혹행위 끝에 애완견을 죽였다.
1. 양주시 10대 애완견 연쇄도살단 사건을 아시나요?
경기도 양주시의 고등학생 7명은, 자기네 동네 회사나 개인집에서 키우고 있던 애완견을 이유없이 납치해 공터에서 둔기로 구타하거나 발로 밟는 등 가혹행위 끝에 애완견을 죽였다.
이 비극은 단순히 한 번에 그친 것이 아니다. 이 아이들은 총 18마리의 개를 납치, 살해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 무서운 고등학생들은 강아지들을 "재미삼아 살해했다"고 말하는 것은 물론, 불쌍한 개를 무차별적으로 '묻지마 살해'한 것을 용감한 행동, 남자다운 행동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세부적인 내용은 아래 걸어놓은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스포츠서울 아주뉴스 뉴시스
갈수록 가혹해지는 10대 범죄.. 비단 이것 뿐만이 아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아래 걸어놓은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스포츠서울 아주뉴스 뉴시스
갈수록 가혹해지는 10대 범죄.. 비단 이것 뿐만이 아니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중고등학교에서의 왕따, 일진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얼마전에는 10대 소녀 2명이 초등학생을 납치한 후 감금해 둔 채 초등학생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김사과의 문제작 <미나>를 다시 꺼내 읽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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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사과 <미나> 리뷰
김사과의 문제작 <미나>는 P시의 10대 영혼들이 무한 경쟁의 미친 세상 속에서 자신의 내면적 고통을, 서로에게 상처를 냄으로서 세상에 표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서사는 미나와 민호 남매, 그리고 미나를 애증하고 민호를 사랑하는 수정, 이 세명의 10대로 집중되고, 그 외의 부차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미친 사회와 그 사회 속에서 P시의 고등학생들에게 강요되는 압력이 존재한다.
P시는 인문학을 박제하여 그 정신을 거세하며, 프로이트와 융의 저서는 문제집으로 바뀌고 '한 유명 학원장이 영어로 가득찬 문서를 내밀면 또다른 유명 학원장이 한자가 가득한 문서로 응수한다. 그들은 문서를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양주를 마시고 넥타이를 졸라매고 커프스단추를 잠그며 새로 생긴 술집의 정보를 교환한다.-24p'
이러한 흐름에 전면적으로 몸을 맡기는 수정과는 대조적으로 미나와 민호 남매는 부모로부터의 문화적 유산을 물려받아 이를 향유하는 인문학적 10대들이다('미나의 아버지가 도어즈를 들었고 그래서 미나도 도어즈를 들었다. 미나는 핑크 플로이드를 살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으니까. 미나는 아무것도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책장에 가득 쌓인 책과 음반을 차례대로 빼내어서 가슴에 품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269p). 대중음악의 클래식을 찾아듣는 민호와 정신분석학을 위시한 인문학적 지적 흐름에 몸을 담그고 있는 미나, 이 두 인물은 '정신'을 이어받은 전형이다. 그러나 이상하다. 두 남매 가운데 여동생(미나)은 자신의 유일한 친구(수정)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민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웃는다.
그렇다고 P시가 강요하는 정신 거세와 경쟁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해버린 인물인 수정이 정답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수정은 이전 세대가 만들어낸 모든 것들을 멸시하고 단지 '어른들이 제시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복사하여 순발력있게 흉내낼 뿐이다.-25p' 그녀에게는 죽은 친구를 위해 슬퍼해줄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적인 감정조차 남아있지 않다. 수정은 박지예의 자살 이후 감정적 동요를 보이고 슬퍼하는 미나의 모습을 관찰하고 신기하게 생각하고 그 감정의 발현을 질투한다.
사실, 수정은 처음부터 미나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미나는 결코 수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나와 민호가 이전 세대의 문화적 유산을 이어받는 경로인 '아버지의 서재'에서 책을 꺼내 각색하여 자신의 이야기(유리뱀의 이야기)하는 수정에게 미나는 "또라이"라고 할 뿐이다. 수정은 이 시점에서 미나의 목을 다시 조를까 하는 충동에 휩싸인다.
이 충동은 서사가 진행됨에 따라 결국 칼로 미나를 찌르는 행동으로 발전해나간다. 서사의 진행과정에서 '애정-질투-살인욕구'라는 일련의 사이클이 반복되고 박지예(미나의 친구)의 자살과 고양이 죽이기 등 일련의 장치를 통해 수정의 정신병적 행동은 확대 양상을 나타낸다. 단순히 미나를 대상으로 했던 수정의 파괴욕구는 점차 사회를 대상으로 확대된다.
오늘 나를 본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싶어. 그러려면 죽일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그래도, 나 해낼 거야. 그래. 금방 끝날 거야. 그러면, 그러면 민호야. 다 끝나고 나면, 호텔의 선데이 브런치 뷔페에 가자.(...) 나는 다 지워버릴 거야. 나는 여름이 정말 싫어. 없애버리고 싶어. 전세계 인구의 반이 사라지면 좋겠어.-2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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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정은 답을 찾았다. '쓸데없는 책을 읽는 사람들은 다 죽여버려야 한다.' 별안간 수정은 진시황의 분서갱유 사건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책이라면 문제집만 빼고 다 필요없어. 다 불태워버려야 해.-271p
이 과정에서 수정은 점차 정신병적인 인물로 변해간다. 그 모습은 가공스럽기까지하다.
오늘 나를 본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싶어. 그러려면 죽일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그래도, 나 해낼 거야. 그래. 금방 끝날 거야. 그러면, 그러면 민호야. 다 끝나고 나면, 호텔의 선데이 브런치 뷔페에 가자.(...) 나는 다 지워버릴 거야. 나는 여름이 정말 싫어. 없애버리고 싶어. 전세계 인구의 반이 사라지면 좋겠어.-2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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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정은 답을 찾았다. '쓸데없는 책을 읽는 사람들은 다 죽여버려야 한다.' 별안간 수정은 진시황의 분서갱유 사건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책이라면 문제집만 빼고 다 필요없어. 다 불태워버려야 해.-271p
이 과정에서 수정은 점차 정신병적인 인물로 변해간다. 그 모습은 가공스럽기까지하다.
수정이 미나를 죽이는 장면, 그리고 마돈나의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피투성이의 미나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는 장면. 수정은 노래를 부른다. 이때 세 음절로 이루어진 달콤한 소리가 나며 현관문이 열리고 민호가 들어온다.
민호와 수정은 서로를 보고 웃고 하나의 시체 그리고 두 개의 웃음 그리고 셀 수 없는 어둠이 남았다
라고 김사과는 소설을 마무리지었다.
<미나>에서 김사과는 서사의 진행에 따라 비정상의 일로를 걸어가는 수정으로부터 독자들이 거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 사회의 모순을 소설을 빙자하여 마구 비판한다. 그것은 수정의 시선도 아니고 미나의 시선도 아니고 김사과의 시선이다.
학창생활은 일부 영리한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계급을 유지시킬, 혹은 좀더 향상시킬 기회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인식되며, 나머지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대학교는 여기보다는 낫겠지 하며 인내하는 과정에 불과하며, 그 둘 사이에 끼어 길을 잃고 쓸데없는 것을 망상하며 우울증에 시달리는 학생은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된다. 그들이 자살에 이르는 것은 그들의 삶이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고통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삶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어 자기가 죽고 싶다고 착각을 하거나 죽을 만큼 고통스럽다고 오해를 하기 때문이다.(25p)
소설 속 어느 인물에게도 귀속되지 않는 이러한 '헛소리'가 소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어쩌면 이것은 서사의 진행을 보조하한다기에는 너무 과도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김사과는 특유의 균형감각으로 소설 전체가 사회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자신의 블로그가 되어버리지는 않도록 유지하며 서사에 집중한다.
3. 그리고, 실제로 친구를 살해하는 고등학생들
수정은, 처음에는 속으로 분노하다가 나중에는 고양이를 벽에 던지고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등 가혹하게 살해한다. 그리고 소설 말미에는 친구인 미나를 칼로 찔러 죽인다.
수정은, 처음에는 속으로 분노하다가 나중에는 고양이를 벽에 던지고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등 가혹하게 살해한다. 그리고 소설 말미에는 친구인 미나를 칼로 찔러 죽인다.
김사과는 다른 모든 작품들에서 그러하듯 이 과정은 최대한 잔인하게 묘사된다. 하지만 그것은 솔직히 말하자면, 무섭거나 섬뜩하다고 말할 수 없다. 아무리 잔혹하게 동물을 죽이고 친구를 죽이더라도 그건 소설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정말 무섭고 끔찍한 것은, 김사과도 이 소설 속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것은,
고등학생이 친구를 죽이는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52&aid=0000380843
그리고
수정같은 아이 7명이 떼지어 한 생명을 철저히 짓밟고 그리고 당당하게 경찰 앞에서 "그것은 용감한 행동이다." "재미로 죽였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사과의 소설보다 요즘은 뉴스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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