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과 소설집 <02>
비뚤어진 세상에서 비뚤어진 글을 쓰지 않으면 뭘 쓰겠는가?
김사과. 라는 이름을 처음 보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본명일까?"
문학계에 유독 필명을 쓰는 사람이 많으므로,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필명을 쓰는 다른 작가들을 생각해볼 것이다.
고전을 읽는 사람이라면 조지 오웰, 마크 트웨인 등을 생각할 것이고,
일본 문학 애호가라면 요시모토 바나나를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김사과의 소설을 처음 편 사람이라면, 게다가 처음을 펴지 않고 중간을 편 사람이라면, 열의 아홉은 '자격미달'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김사과의 문학을 보기 전에 김사과 인터뷰, 김사과의 욕설, 김사과의 논쟁 등을 먼저 보았다.
그리고 나는 소설가 김사과의 팬의 위치에서 김사과의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김사과가 쓴 작품들을 사랑한다. 특히 소설이 아닌 김사과의 글을 더더욱 사랑한다.
그녀의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불편함 - 그것은 시대가 잘못된 줄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 우리 눈 앞에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하고 크게 소리치는 김사과의 외침이고 문학이 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다.
김사과의 작품은 의도적 불편함을 불편함 자체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더 나아가 그것에 응답할 것을 요구한다.
김사과의 글 중 문학이 아닌 글은 고결하다. 논리적으로 탄탄하고 상식적이며 선동적이다. 그러나 김사과의 글 중 문학인 글은 천박하다.
욕설과 폭력 정신 이상 고통 그리고 비열함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비하하거나 자격미달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흰 것은 김사과의 길이 실려 있는 인쇄 종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눈 감고 있지만, 세상은 김사과 소설보다 더한 욕설과 폭력, 집단적 정신분열이 매일 새롭게 등장하고, 오직 약자만을 향하는 고통과 비열함이 골목 구석구석을 가득 채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사과의 글을 보고 세상을 보고 다시 김사과의 글을 본다.
무엇이 더 더러운가 김사과의 글인가 세상인가!
위선이 아닐까? 깨끗한 것은, 피를 튀기지 않는 것은, 분노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데.
김사과의 단편집 <02>를 덮으며, 장편보다 단편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그녀의 독기를 칭송한다.
순도를 높인 독기가 짧은 지면을 벌겋게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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