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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Life/책거리: 오늘

위화 장편소설 <살아간다는 것(活着)> - 혁명이 민초들에게 남긴 상처를 어루만지며

by Feverish 2011. 9. 6.
 

위화 <살아간다는 것>
혁명이 민초들에게 남긴 상처를 어루만지며



2004년.

처음 맞이한 중국어의 울림 소리들이 귓가에서 한창 간질간질하던 그 때...

수업 시간에 배웠던 말들이 하나 둘 영화 속에서 들릴락 말락 하던 그 때...



 



이름도 생소한 "위화(餘華)"라는 작가를 내 인생속에 박아놓은 정체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영화 <인생>. 그 영화는 장이모우(張藝謨)감독의 눈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중문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원작을 반드시 읽어보라"는 선생님의 추천은 중국 책을 구할 기회가 있었을때 자연히 이 책을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살아간다는 것 活着huo zhe 의 원서 표지)



마오가 텐안문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을 만천하에 선언한 후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안정될 것 같았던 중국사에 붉은 흔적이 남는다. 바로 문화대혁명. 실각해가던 마오는 이를 통해 이른바 "수정주의"를 주장하는 자들을 묶어두고, 권력을 회복하려 하고, 수많은 젊은이들을 공산주의의 기수로 (엄밀히 말해 자신이 만들어낸 사상의 노예로) 내세웠다.




 

("마오쩌둥 사상의 빛이 문화대혁명의 길을 밝게 비춘다" 라고 써있다)





(텐안먼 광장에서 열린 어린 홍위병 집회. 고사리 같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마오 주석의 어록)





소설 "살아간다는 것"은 역사의 역동적 흐름이 느껴지는 현대중국사를 한 농민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전쟁, 그리고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 문화대혁명, 그리고 그 이후 까지. 역사의 큰 물결 속에서 농민이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위화는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묻는다.






문화대혁명에 일선에 있던 그 분들의 희망처럼 그들은 해방되었는가? 역사의 흐름속에 모든것을 빼앗기고 농민은 쓸쓸히 과거를 회상한다. 결국 이념은 허상이었고, 권력을 가진사람에게 철저히 이용당한 민중들만이 쓸쓸히 서있을 뿐.




(문화대혁명 북경대학교 집회 당시 모습.
사실 문혁에서 중-소 갈등이라는 정치 외교적 맥락을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의 이념은 민중의 것이 아닌 정치 수단이었다.
좌: 소련의 수정주의를 타파하라 // 우: 마오 주석 어록 인용)







사람은 살아가는 것을 위해 살아가지
살아가는 것 이외의 어떠한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푸꾸이(한글판에는 부귀 라고 번역되어 있다)가 말한 위의 대목은 작가의 이런 생각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1980년대 대한민국. 30년 케케묵은 반공주의가 조금씩 상처를 드러낼 때, 아직도 황해 건너편으로는 매우 진한 금지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러한 금지의 맥락 속에서, 문화대혁명의 실상을 모른 채 무조건 숭배하던 젊은이들이 있었다. 숭배의 시간들이 지난 오늘날, 그 젊은이들은 오늘날 기득권층에 포진해 있다. 일부는 이들이 88만원 세대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고도 하고, 또 일부는 이들이 그들의 아버지 세대보다 훨씬 더 보수화되어버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대들이 숭배하던 문화대혁명, 그리고 그대들이 바라는 이상, 이념. 다 좋지만 민초(내 말은, 젊은이)들을 짓밟으면서 하지는 말아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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