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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Life/책거리: 오늘

안젤름 그륀 / 얀-우베 로게 <아이들이 신에 대해 묻다>

by Feverish 2012. 8. 14.

 








안젤름 그륀 / 얀-우베 로게 <아이들이 신에 대해 묻다>
- 영성으로 이끄는 교육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께 데리고 와서 어루만지시게 하려고 했다. 그러자 제자들이 그 사람들을 나무랐다.
예수께서 (이를) 보시고는 언짢아하시며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도록 그대로 두시오. 그들을 가로막지 마시오.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런 이들의 것입니다."

 (마르코의 복음서 10장 14절,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성서)

 

 

아이들이 신에 대해 묻다
국내도서>가정과 생활
저자 : 안젤름 그륀(Anselm Grun),얀 우베 로게(Jan―Uwe Rogge) / 장혜경역
출판 : 로도스 201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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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신에 대해 묻다>는 독일 성 베네딕도회의 뮌스터슈바르자흐 수도원장인 안젤름 그륀 신부님과 아동 청소년 교육 전문가인 얀-우베 로게 박사가 공동으로 저술한 영성 육아에 대한 책이다. 사실 결혼을 하지 않고, 따라서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신부님이 육아와 관련된 책에 참여한 것이 조금 의아하기는 했으나, 기독교의 근간을 이루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양육'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어쩌면 육신으로 낳은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영적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그들의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신부님들도 다른 의미의 부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수도 미혼에다가 자녀가 없었고, 초기 기독교의 전설적인 전도자 성 파울로스(바오로,바울) 역시 자녀를 두지 않았지만, 이들은 기독교를 믿는 모든 신자들의 "영적 부모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신교 쪽에서 영성 육아에 대한 여러가지 책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저자는 미국의 복음주의 전통을 따르는 목사/설교자들인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들의 저서를 볼 때,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선, 우리나라 개신교의 보수적인 성격 때문에, 한국 개신교 계열 출판사들은 신학적으로 보수주의 색채가 강하고, 따라서 그 출판사들을 통해 나오는 육아에 관한 책들은 과도하게 "형식 종교"에 집착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영성"을 키우기보다는 "신앙심"을 키우는 데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이들이...>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신앙심은 교육의 산물이다)

 

 

 

뿐만 아니라, 소위 영성 육아에 대한 책들은 최종 목적을 교묘하게 감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독교/영성이라는 회칠을 하였지만, 핵심에는 "공부 잘하는 아이 키우는 요령", "성공하는 아이 키우는 요령" 만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의 영성 교육 서적에 싫증을 느끼고 있는 기독교인 부모나, 혹은 형식 종교 기독교 외부에서 영성을 찾는 부모에게 <아이들이...>는 무척 추천할 만하다. 물론 나는 육아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아이를 키운다는 일이 그렇게 절실하지 않지만, 이 책에 담겨있는 통찰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륀 신부와 로게 박사의 절충적인 공동 저술을 통해 '영성'과 '교육'의 적절한 균형점을 독자가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컨대, <아이들이...>에는, 아이를 완성체로서 무조건 신뢰하고 그 안에 있는 "신의 뜻"을 읽어내야 한다는 부분과 동시에, 아이의 성장과정 중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인지적인 한계점을 분명히 지적해주어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답을 해주어야 한다는 부분이 책 안에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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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에서 저자들은, "교육은 곧 관계다"라는 명제를 유독 강조하고 있다. 교육을,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敎) 길러내는(育) 것이 아니라, 관계로 생각하는 것은 일견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한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이가, 부모의 반응/관계맺음에 따라 상당히 다른 성격을 갖는다는 일화는 개인적으로 충격적이었다.

 

 

 

아이와 부모 사이에 올바른 관계맺음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아이가 부모의 무조건성(어떤 상황에서도 부모는 아이를 사랑할 것이라는 믿음)에 대해 신뢰를 갖는 순간, 아이는 부모를 통해 신을 발견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모도 자신의 아이를 통해 신의 뜻이 세상에 발현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동양의 5경 중 하나인 예기(禮記)에서 말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 바로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 또한, 신약성서 마르코 복음서(마가복음) 10장에서 예수가 가르치는 내용, 즉 "아이처럼 되어야 그분의 나라로 들어간다"는 것도 사실 같은 맥락이 아닐까?

 

 

 

아이를 백지로 여기고 그 백지에 부모 자신의 뜻을 일방적으로 담기 원하는 지식전달 형 부모라든지 아이를 찰흙처럼 여겨 자기 뜻대로 빚어내려고 하는 도공 형 부모는 이러한 진실을 깨닫기 힘들 것이다. 백지에 마음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거나, 생각처럼 찰흙이 빚어지지 않는다고 백지를 욕하거나 찰흙을 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식전달 형 부모나 도공 형 부모는 양육 과정에서 아이들로부터 배우는 것은 커녕, 자신의 백지, 자신의 찰흙을 욕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 경우는 특히 "헬리콥터 맘"(helicopter mom)과 "치맛바람"의 종주국인 우리나라 부모들의 경우에 심한 듯하다. <아이들이...>가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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