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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guistics/번역학: 번역 아님 반역

중역(重譯)과 완역(完譯)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by Feverish 2011. 9. 15.

 


중역과 완역의 차이
그리고 중역을 하는 이유

 




0. 요약 

완역完譯 이라고 함은 말그대로 완전한 번역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생략한 부분 없이 전부 번역한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출발어(원어)에서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도착어(예를 들어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중역 언어를 두 번 이상 거쳐서 번역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 제가 읽은 책 중에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중역의 대표적인 예로 떠오르는데요.

 

 

스티그 라르손은 스웨덴의 유명한 작가입니다. 당연히 소설을 스웨덴 어로 썼겠지요.

 

(스웨덴의 작가 스티그 라르손)


그러나 이 책을 국내에 번역한 임호경 님은, 제가 알기로는 불어권 번역가로 알고 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시리즈의 후반부 및 '카산드라의 거울'을 이분이 번역하셨는데, 인상적인 번역이었으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프로필을 찾아보니 Proust로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이시더군요.)

 

물론 책에 대문짝만하게 "이책 번역 중역임 ㅇㅇ" 이렇게 써놓지는 않았지만, 중역이 의심되었습니다.

(밀레니엄 시리즈의 중역 가능성 관련 기사: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468547.html)

 


어찌 보면 무책임하게도 볼 수 있는 게 바로 중역인데, 번역이나 출판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할말이 있습니다.

피치 못한 이유가 있어서 중역을 하는 것인데요,

중역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세 가지가 꼽힙니다.

 

 

1. 해당 언어 번역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을 가진 사람이 없음

물론, 국내에 어찌 스웨덴 어를 할줄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겠습니까?

 

그러나 이미 아시겠지만, 번역은 출발어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도착어의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문학 번역이

 

번역가 입장에서 '외국어'를 출발어로 하고, '모국어'를 도착어로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추측하건대, 스웨덴 어로 된 원서를 한국어로 번역함에 있어서 독자들이 거리낌 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번역을 하는 사람이 국내에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2. 원전 확보의 어려움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의 번역이 이에 해당합니다.

 

기독교가 새로운 나라로 들어갈 때는 피치못하게 성경을 중역하게 되는 것이죠.

 

아시다시피, 성경은 예수를 전후로 하여 '구약'과 '신약'으로 크게 나눠집니다.

 

그리고 구약은 유대인들이 아주 오래 전에 사용했던 언어인 '고대 히브리어'(이스라엘에서 사용하는 말과는 다름)로 작성되었고,

 

신약은 '헬라어'(그리스어)로 작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성경의 원전은 고대 히브리어와 헬라어가 되겠습니다.(물론 중간중간 아람어 차용도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국가(예를 들어 개항기의 조선)에 선교를 하게될 때에는 원전을 확보하고 그것을 연구하여 완역을 할 여력이 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예를 들어 개항기 조선에서는 선교사의 출신국가 언어로 된 성경을 조선어로 중역하거나,

 

이미 번역되어 있던 중국어 성경을 조선어로 중역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금에야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온 지 오래되었고, 자체적으로 신학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현대 한국 기독교인들은 완역(그것도 꽤 괜찮은 번역) 성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지금도 중역된 성경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 영국에서 집필된 성경인 King James 역본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번역이라며 그 영어역본을 한글로 중역하여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들이지요.)

 

 

3. 비용 상의 이유

말 못할 어른들의 사정이죠. 비록 비용을 많이 투자하면 희귀어 번역가를 구할 수 있고, 희귀어 원본을 구할 수도 있는데, 경제적인 이유로 타당하지 않아서(infeasible)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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