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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Life/책거리: 오늘

김영하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 - 그림자를 판 동규

by Feverish 2012. 3. 4.





김영하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
-그림자를 판 동규





김영하의 신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전작 장편 <퀴즈쇼>의 이후,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김영하 표 장편소설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몇 해 전 광복절 전야 오토바이 대폭주'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전체적으로는 액자식 구성으로, 당시 대폭주를 주도했던 영웅적, 신화적 인물인 92년생 제이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을 배치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간단한 줄거리 설명에 이어서, 김영하의 이전 단편인 <그림자를 판 사나이>와 신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함께 읽은 개인적 감상을 남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국내도서>소설
저자 : 김영하
출판 : 문학동네 201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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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광복절 전야, 폭주족의 승천

소설의 서술에 따르면, 당시 대폭주에는 수 천 명의 폭주 청소년들 등이 참가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무리를 주도했던 인물인 제이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지도력으로 폭주 청소년들을 선동한다. 사실 제이에게는 통상적인 비행 십대들과는 달리 유별난 점이 있었다. 소설 속 제이를 읽으면서 떠오른 인물은 예수, 말콤 엑스, 그리고 궁예 등이었다. 공감의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이는 어렸을 때 함구증으로 말을 하지 못했던 친구 동규와는 물론 개나 스쿠터 등과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가끔씩 툭툭 내뱉는 말로, '오토바이도 자기를 타주기를 원하고 있다'느니 '강이 나를 부른다'느니 중얼거리기도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제이의 모습에서는 십대의 가벼움을 찾기보다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진중함과 진지함 그리고 나름의 정의감이 더 묻어나온다. 그래서 제이의 모습은 '좀 이상하다. 애 같지가 않은데 그렇다고 어른 같지도 않다'(270p)

 
제이의 폭주족은 경찰에게 돌진한다. 경찰들이 겁만 주어도 두려워서 힘을 못쓰는 기존의 겉멋 든 어린아이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자신들의 분노를 거침 없이 드러내고 사회에 분출한다. '도로 위를 달리는 수많은 오토바이는 마치 붓으로 세상이라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그러나, 맹렬히 달릴 것 같았던 그들이었지만 끝내는 진압 경찰이 성수대교에 설치한 바늘 바리케이트로 인해 제이의 오토바이 바퀴에 펑크가 나서 제이는 중심을 잃고 성수대교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수색 결과 오토바이는 발견되었지만 제이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다. 당시 현장에서 진압 과정을 보았던 폭주족 및 경찰들은 제이가 승천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아직도 삼일절과 광복절 전야만 되면 제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소문과 대폭주에 맞춰 다시 나타나리라는 예언 들이 돌아다닌다.'(279p)




2. 그림자를 판 동규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김영하의 단편이다. 그것은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이야기이다. 길지 않은 작품이고, 김영하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작품이니 잠시 시간을 내어 읽어볼 수 있다.




김영하 단편 <그림자를 판 사나이>
http://blog.naver.com/story_xpress/90096920734

 

혹시 위의 링크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래의 '접은 글'을 펼쳐서 아카이브 된 웹페이지로 읽어보자.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수록된 단편집 <오빠가 돌아왔다>




오빠가 돌아왔다
국내도서>소설
저자 : 김영하
출판 : 문학동네 20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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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읽으며, 나는 아마도 몇 년 전에 읽었기에 기억 속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김영하의 단편 소설을 떠올렸다. 동규와 제이 그리고 목란은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 각각 서술자, 바오로 신부 그리고 미경과 너무 닮아 있다. 셋 사이에는 묘한 삼각 구도가 있고, 제이와 목란, 바오로와 미경이 공식적으로는 커플이지만 커플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제이와 목란은 관계하지 않고, 바오로 신부와 미경은, 바오로가 신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정한 후 표면상 관계를 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림자>의 서술자와 <너의>의 동규는 각각 미경과 목란을 그리워 하지만 어느정도 거리 이상으로 가까워지지는 않는다.
 

<그림자>에서 서술자의 그림자는 바오로이다. 미경의 비극을 듣고서도 서술자는 데자뷰를 느낀다.(바오로가 이미 전 날 바에서 미경의 비극을 들었기 때문) 한편 <너의>에서 동규의 그림자는 제이다.

 
동규는 자신의 그림자를 팔아버린다. 동규는 경찰의 내부 소식통으로 제이의 검거를 돕고, (아마도) 제이의 승천(?)이후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시간이 지난 후 끝내는 자살한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인물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바로 이스가리옷 유다. 신약성서의 복음서에 나오는 유다는 자신이 따르던 스승이었던 예수에게서 크게 실망하고 유대교 종교 지도자들에게 예수를 은전 30전에 팔아넘기는 사람이다. 동규와 마찬가지로 후에 죄책감으로 자살한다.



유다가  그들(예수를 잡을 자들)에게 암호를 정하여 주기를
"내가 입을 맞추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니, 그를 잡으시오" 하고 말해 놓았다.
유다가 곧바로 예수께 다가가서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하고 말하고,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사실 성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김영하는 제이의 모습에서 예수의 모습을 많이 비치고 있다. 조금의 선지자적인 면모도 그러하고, 그 시대의 낮은 자(신약 서술 시대의 민중, 오늘날의 비행청소년)들을 (초)능력으로 선동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둘 다 출생과 죽음이 모호하고, 두 인물 모두 눈에서 사라진 이후로, 사람들은 그 사람이 이땅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에 사로잡힌다.







"당신은 제이가 살아 있으며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습니까?"
(2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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